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터키의 전 국토는 해발 5~600m의 고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고원을 아나톨리아라고 부르죠. 가이드북 취재차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정말 괜찮은 동네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곳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이란 해 본 사람만 아는데 아마시아가 바로 그런 곳이더군요.
아마시아는 인구 10만이 안 되는 지방의 소도시인데 바위산 아래로 강이 흐르고 강변에는 중세의 전통가옥이 줄지어 있고 골목길을 다니다보면 왠지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정감이 서려 있더군요. 게다가 역사적으로 꽤 중요한 곳이었던 듯 바위산 중턱에 고대 왕들의 석굴 무덤이 있어 아마시아 일대의 계곡을 일명 ‘왕들의 계곡 King's Valley'이라고도 부르지요.
생각해 보세요. 병풍처럼 둘러선 바위산 아래 강이 휘돌아 나가고 낮은 처마를 맞댄 전통 목조 가옥들이 얼굴을 부비고 있는 마을의 산 중턱에는 고대의 영화를 간직한 왕들의 무덤이 있고 산꼭대기에는 위풍당당한 성이 버티고 있는 풍경을요.
가이드북 쓰면서 셀 수 없이 많은 레스토랑을 방문하게 되는데 책에 올라가는 나름대로의 선정 기준이 있습니다. 맛과 실내 분위기, 독특한 메뉴, 종업원의 태도 뭐 이런 건데 야외 식당일 경우 주변 경관과의 조화나 전망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되죠.
아마시아에 있는 알리 카야 Ali Kaya 레스토랑은 제가 가 본 터키의 수많은 식당 중 자신있게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곳입니다. 시가지 남쪽 산 중턱에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전망은 정말 끝내줍니다. 아마시아의 멋진 경관을 카메라에 담기에 이만한 곳이 없을 정도죠. 산 중턱에 있어 올라가는 게 좀 힘든데 걸어가기 싫으면 시내에서 전화하면 태우러 옵니다. 저는 풍경을 즐길 요량으로 그냥 걸어갔는데 풀숲에서 거북이도 만나고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경관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음식이 맛있어야지. 근데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집은 경치도 좋지만 음식도 깔끔하게 잘 나옵니다. 매니저한테 잘 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가지요리인 토캇 Tokat 케밥을 추천해 주더군요. 그거랑 양고기 갈비인 쿠주 피르졸라 Kuzu Pirzola를 시켰는데 아~ 맛있었습니다. 물론 올라가느라 고생해서 더 맛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암튼 괜찮더군요.
멋진 경치에 맛있는 음식에 마침 해도 뉘엿거릴 때라 측광이 들어 사진 찍기도 좋았는데 이 집은 주류 허가증이 있어 술을 팔더군요. 맥주까지 한 잔 홀짝거리고 있는데 그 때 마침 마을의 자미(이슬람 사원)에서 에잔(하루 다섯 번 올리는 이슬람의 기도)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와 온 골짜기 곳곳에 울려퍼질 때의 그 감동이란....(아~ 또 가고 싶어라)
아무튼 경치 잘 보고 음식 잘 먹고 맥주도 한 잔하고 노닥거리다보니 어느덧 밤이더군요. 여기저기서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데 아마시아가 야경이 또 끝내 준다는 거 아닙니까. 이거 진짜 노다지라 아니할 수 없는 곳인데... ㅎㅎㅎ
아마시아 시청에서 관광객 유치에 꽤 신경을 쓰는 모양인지 곳곳에 가로등 시설을 잘 해 놨더군요. 특히 건너편 산 중턱의 석굴 무덤에 조명을 밝혀놓으니 거의 환상이더라구요. 물론 좋은 야경으로 치자면야 유럽의 발달된 도시들이 많겠지만 터키에서 야경이 아름답기로 아마시아를 따라갈 만한 데가 없을 것 같더군요.
경치 좋고 서비스 좋고 야경까지 다 보고 매니저한테 시내로 갈 거라고 하니까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차를 태워주더군요. 이거 정말 감동의 도가니탕(?)이 아닐 수 없는데 여기서 잠깐! 아무리 좋아도 비싸면 그림의 떡.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 집 음식 요금은 시내의 레스토랑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기엔 비쌀 거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으니 마음 놓고 경치 즐기러 올라가셔도 됩니다. 2인 기준으로 20YTL(한국 돈 1만 4천원) 정도면 충분하죠. 술 한 잔 곁들여도 끽해야 2만원이면 되거든요. 좋은 경치에 음식에 픽업 서비스까지 뭐 이정도면 정말 싼 거죠. 솔직히 이 집은 입장료를 따로 받아도 될 거 같았을 정도니까요.
아마시아에 가시거든 알리 카야 레스토랑에 꼭 가보세요~~
Tip 알리카야 레스토랑 잘 즐기기
1. 해 질 무렵에 올라가서 차나 맥주를 한 잔 하며 경치를 즐긴다. 손님 없을 때 남들보다 좀 일찍 가서 전망좋은 자리를 꿰차자는 이야기.
2. 경치도 즐기고 시간도 적당해지면 음식을 주문해서 저녁식사를 한다. 물론 자리를 이동하면 절대 안 된다.
3. 음식을 다 먹고 야경을 즐기며(밤일 테니까) 또 다시 차를 한 잔 마신다.
4. 밥 잘 먹고 차 잘 마시고 사진 잘 찍고 할 거 다 한 후 매니저한테 차를 태워달라고 요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