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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도 인스펙션동안 볼리우드 영화는 대작이 없었다.
간만에 나온 사루칸의 영화도 미적미적한 반응이었고,
근육질맨이 되어 돌아온 아미르 칸은 뭐랄까? 근육 바보 살만 칸의 후예 같았다.
결국 나는 4개월간의 인스펙션 기간동안 유례없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않을줄 알았다.
한달전쯤인가?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인도에 개봉했다.
인도 평단의 반응은 살짝 저주스러웠다.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노골적으로 서양인들이 바라본(영화의 원작은 인도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시점이라는 식으로 불쾌해했다.
사실 난 그때까지, 이 영화가 한국에 번역되서 출간된 소설 퀴즈쇼임을 알지 못했다.
막연하게 헐리우드로 영화제작권이 넘어갔다는 기사를 읽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퀴즈쇼.
인도 가이드북 개정판(3.0)의 도서 소개에 필독 도서로 소개할 예정의 책이다.
그만큼 환상일색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점과는 다른, 날것의 인도가 그려져있는 소설이다.
흥미가 생겼다.
원작이 퀴즈쇼라니, 감독은? 허걱....트레인스포팅의 대니보일이다.
떨에 살짝 찌들어 살던 10여년전쯤, 트레인스포팅은 뭐랄까?
음습한 동년배같은 느낌이 들던 영화였다....
상승작용.
결국 나는 극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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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일주일쯤 지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아카데미를 휩쓸었다는 기사가
인도의 모든 미디어 헤드라인을 차지했다.
아미르 칸의 라간 이후, 인도는 아카데미에 굶주려있는 상태였다.
특히 인도인 작곡가의 노래이자 영화의 엔딩 테마인 자이 호 Jai Ho가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그날 인도 신문의 헤드라인은 자이 호 였다.
난 사실 깜짝 놀랬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를 휩쓸정도였나?
미국인들의 영화관점과 아무리 10만 8천리쯤 떨어져 있는 내 감성이지만. 솔직히 놀라웠다.
내가 영어와 힌디 대사를 잘못 전달 받은 부분이 있었나?
갑자기 의심마저 들었다.....(대략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오니, 영화는 아직 개봉전이었다.
인도와 연을 둔 친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우리나라가 그렇지 뭐. 하지만 곧 개봉할꺼야.
우리는 아카데미에 약한 민족이잖아?
4개월만에 한국오면 적응이 좀 안된다.
뭔가 한박자씩 늦는다...약 한달 가량은.....
귀국 5일이 지나서야, 나는 영화의 개봉일이 3월 19일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내가 나가있는 사이, 다운로드 사이트들은 개박살이 났다는 사실을 덤으로 알았다.
하지만 주변 인간들은 이미 어디선가 구해서 돌려봤더라.
결국 나는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난 19일까지 기다릴수가 없었다.
어젯밤 나는 한글 자막이 붙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볼 수 있었다.
(극장 개봉하면 돈내고 다시 볼꺼다.....나도 저작권받아 먹고 사는 입장인데....불법 다운로드된걸 얻어서 본건 순전히 학구적(?) 호기심이었음을 밝힌다...)
단순하게 인도를 13년째 떠돌며, 그들의 웃음과 눈물, 사기행각을 본 내 입장에서만 영화를 말해본다면,
-이 영화는 트래인 스포팅처럼 달리는 장면이 많다.
트레인 스포팅의 달리는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후 개봉된 한국 영화 친구에서, 곽경택감독조차 트레인 스포팅의 달리는 장면을 참고했다고 했을 정도니까.
그래, 그 영화들에게 달리는 장면은 세상에 대한 저항이었고
어찌보면 젊음으로 포장된 가벼움이었다.
영화는 초기부터 뭄바이 빈민가의 모습을 내달리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데,
리얼리티의 측면에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영화의 원작은, 내 기준으로 사회 고발물에 더 가깝다.
물론 스토리안의 구조는 해피엔딩이지만, 저자는 람 토마스(영화속에서는 자말)를 통해 인도 사회의 위선과 허위, 보수성 속에 감춰진 내재된 폭력을 고발하고 싶어했다.(뭐 난 이렇게 봤다고 ㅋㅋㅋ)
하지만 대니보일은 확실히 이 영화를 트레인 스포팅2쯤으로 생각한 듯 하다.
화면속의 인도 슬럼은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를 제외한다면, 너무나 정겨운 분위기다.
(아무리 인도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이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해도!)
곧이어 주인공의 어머니가 골수 힌두들의 습격에 의해 사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그럼에도 폭동의 와중에 카드 놀이에만 열중하는 인도 경찰의 모습은 괜찮았다. 그래 인도는 원래 이런곳이다.)
달리는 장면은 이후, 앵벌이 조직에서 탈출할때도 나오는데........
부러 그랬다는 생각이 들긴하지만, 그럼에도 배경음악은.......
장난 삼아 편의점을 턴 10대들이 웃으며 뛸때나 나옴직한........
영화가 무거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그야말로 마살라적 요소가 들어간 것은 알겠는데,
하다못해 마살라 무비도 이렇게 가볍게 다루진 않았을거다.
볼리우드에 대한 비꼼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20세기 소년처럼 원작 그대로 영화 만드는 스타일은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꽤나 진지한 소설 퀴즈쇼를 사랑타령으로 만들어놓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더더욱 맘에 들지 않는다.
람 토마스의 사연이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아가는 소설과 달리,
슬럼독은 퀴즈쇼 자체의 비중을 너무 덜어버림으로 원작의 장점을 모두 분쇄해버렸다.
사회고발을 통한 인도의 속살 들추기+퍼즐 맞추기+자전적 성장+그럼에도 해피엔딩인 원작은
그저 멜로성 로드무비로 만들었다.......
솔직히 원작을 본사람으로서 난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저주한다. --;
영화사에 길이 빛날 원작망친 영화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는.....
-힌디 발음.......
인도쪽 언론기사보니, 주연배우부터 영국계라고는 하더라만,
그래 그건 그렇다 쳐도,
힌디 대사분량이 꽤 많은데........
그거 발음이 참......--;;;
한껏 굴린발음의 차이왈라~라는 발음을 듣는데 버터 한숟갈은 퍼먹은거 같은 기분이었다.
한국 관객이야 넘어가겠지만........
거 뭐냐? 일본 배우 초난강이 한국영화에서 한국대사치는것 같은 기분이랄까?
내가 인도인이었다면 좀 거슬렸을게다.
-난 이 영화의 아카데미 몰표를 일종의 음모라고 본다.
배경만 인도일뿐 이야기와 구성이 모두 헐리우드틱한 이 영화,
아니 헐리우드의 상투적인 3세계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 영화는 왜 아카데미를 휩쓴걸까?
우선 인도인들의 아카데미에 대한 환상이 있다.
라간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최종경쟁까지 올랐다 떨어지던 날, 인도 사람들, 인도 언론의 탄식은 인상적이었다.
나라가 망했을때나 나옴직한 탄식들이 인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인도인들은 어쨋건 그들의 아카데미 한을 이 영화로 풀었다.
헐리우드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어쨋건 영화의 엔딩곡인 자이 호가 한건을 크게 터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인도인들이 개봉초기 밀리어네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이후 인도인들은 헐리우드라는 조직에 대해 상당한 친밀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최근 철옹성으로 불리던 볼리우드의 98% 시장 점유율 신화는 점차적으로 깨져가고 있다.
대도시의 멀티 플렉스는 이제 힌디무비보다는 헐리우드 무비로 채워지기 일쑤다.
위성방송의 개방덕에 인도의 젊은이들도 프렌즈를 보고 섹스오브시티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덕분에 볼리우드 무비는 내용면으로나 스토리 전개면으로나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판세는 점점 헐리우드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아카데미 수상은
인도 보수층에 대한 외국영화에 대한 경계심또한 허물어버렸다.
단순한 그들은 자이 호가 헐리우드를 정복해버린 것처럼 알고 있다.
(물론 내셔널리즘을 강조하는 인도 찌라시들이 이런 모습을 만들어버렸다.....)
결국 볼리우드 산업은,
당장 내년부터 밀리어네어의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그간 헐리우드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패트리어트로 똘똘뭉친 시골사람들조차
헐리우드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 입장에서 참 우습지만,
시골 사람들이 보기에 헐리우드는 그저 인도의 문화식민지일뿐이다....
이제 우리는 헐리우드 무비과 국제 영화자본이
마지막 남은 보루 인도를 어찌 요리하는가만 지켜보면 된다.
물론 가슴 한켠의 씁쓸함을 남겨두면서 말이다.
-온라인에서 직접 쓰는거라 무지 두서가 없지만...하여간..환타-
뱀꼬리:소설 퀴즈쇼는 진정한 명작중 하나다. 일독을 진정으로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