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대한 어떤 글을 보건, 그것이 출판된 책이든, 웹페이지 상에 떠다니는 기행문이건 간에 인도 극장에서의 황당했던 기억에 대해서는 다들 한마디씩 한다. 힌디어를 몰라도 90퍼센트 이상 이해가 된다는둥, 영화가 좀 재미있기 진행이 될려는도중에 갑자기화면이 바뀌며 뮤직비디오가 나와서 너무 황당했다는 둥, 노출이 없이 분위기 만으로도 너무 야하다는 평까지...... 물론 영화외적인 사람들의 평가라면 뭐니뭐니해도 인도 관객들에 대한 인상이다. 여배우가 나오면 휘파람을 불며, 레이져포인터로여배우의 가슴에 쏘아대는 모습하며,주제가가 나오면 모든 관객이 손에 손잡고 주제가를 따라부를수 있다는것들까지...... 사실 인도영화에 대한 외국인 관객들의 반응은 영화내적인 것들 보다는영화외적인 요소들이 훨씬더 재미있다
이제는 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어서 식상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인도는 미국의 헐리우드의 제작편수를 초과하는 년 800편의 제작편수를 자랑한다. 이 많은 인도영화중 우리가 그동안 접해온 영화는 인도내에서의 주류적 입장에 있는 대중영화와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카마수트라’ , ‘화이어’ , ‘밴디드 퀸’등이 인도영화인것은 사실이지만, 인도내에서 다 한번씩은 상영금지의 수모를 겪거나, 대중의 외면을 받은 그런 영화들이었다.(물론 서구권에서의 화려한 수상경력은 가지고 있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소위 예술영화라고 불리우는 영화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극장 상영이 아닌 영화제나 소수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져있는 ‘사트야짓 레이’나 ‘미라 나이르’등의 감독들의 작품이다.) 이들 역시 물론 인도영화계 내에서 위치는 있는 것들이지만, 인도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배기 인도 대중영화는 어떤 것일까?
위에서 열거한 영화들은 대부분 일반적인(일반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서구적인이 맞을듯) 영화문법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영화들에다가 장르적 구분을줄수있다. 그런데, 인도의 대중영화는 이런 장르적인(하긴 현재는 헐리우드영화들 역시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있기는 하지만...)기준이나 특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인도의 대중영화는 액션에서 멜로, 종교영화의 진중함에서 에로영화의 끈적끈적한 분위기까지, 인도 전통의 리듬에서 현대의 테크노까지 존재하는 모든 장르와 구성요소들이 한군데 버무려 놓고 있다. 인도인들은 이런 그네들의 영화를 ‘맛살라무비’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그네들이 먹는 카레만큼이나 이것 저것 들어가 있는 이른바 맛살라 무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맛살라 무비는 권선징악적이다.
세상일이라는게 우리의 믿음과는 다르게 악한것이 이기고,선한것이 지는 경우가 훨씬더 많지만, 인도영화에서 그런일은 결코 없다. (이런 점에서 모든 인도영화는 판타지이다.) 악한은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을 맞더라도(필연이 아닌 우연!) 급기야는 지게 마련이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선과 악은 철저히 주인공과 주인공 라이벌을뜻한다. 심지어는주인공 라이벌이 여자를 차지해서 결혼식을 올리는 도중에라도,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에 감동먹어, 자기 여자를 주인공에게 상납(?)하고, 자신의 결혼식을 주인공의 결혼식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 뭐가 좋은지 엔딩송을 부르면서 춤추는 장면까지 있다. 아직까지순박한 인도인들에게 주인공이 죽는다거나 하는 비극은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다. 이러면은 관객의 외면을 받는다.언제나 긴 싸움, 내지는 긴 갈등관계에서 해소된 주인공은 석양을 바라보며 사라지거나, ‘그들은 그 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신데렐라식 엔딩자막이 흐르는 해피엔딩으로 마감한다.
맛살라무비는 현실도피적이다.
인도인들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 없다. 아무리 세계 행복지수를 조사하고 하면서 그들이 세계에서 몇번째로 행복하다고 인도관리들은 떠들지만(그리고 인도의 겉만 보는 인도찬양론자들이 떠들지만) 그들의 삶은 고달프기 그지 없다. 인구의 40%가 끼니를 먹은후 다음 끼니를 걱정한다는 통계앞에서 그들이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현실상에서 그들의 신분상승이나 경제적인 여건상승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고 힘든일이다. 일탈을 꿈꾸기엔 그들을 짓누르는 카스트제도의 단단한 성벽은 너무나도 두껍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려 한다. 인도인들에게 영화는 이들의 고단한 삶을 위무하고 3시간동안 극중 영웅과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이들에게 복잡한 할리우드의 길고긴 서술은(헐리우드 영화역시 무지 단순하지만, 그래도 몇분의 도입부는 있자녀?) 지겹기만 하다. 화끈하게 한판 노는 쇼와 같은 영화를 그들은 좋아한다.
그러면서 또 현실비판적이기도 하다.
앞에서는 현실도피적이라면서 왜 이번에는 현실비판적이냐구? 함 들어바바라. 인도영화는 약간씩의 현실비판적인 부분이 있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악인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악인들은 경찰이나 고위 공무원, 요즘들어서는 거대언론인들의 경우까지 악인의 단골직업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국가를 위기로 빠뜨리거나 주인공의 애인을 가로챌려는 등의 음모를 꾸민다. 물론 주인공은 평범한(영화를 보고 있는 인도 주 관객) 일반 사람들의 도움이나 힘을 모아 강력한 힘을 가진 악인을 섬멸 내지는 무찌르게 된다. 기본적으로 인도 대중영화들의 내용은 이런것인데, 이는 현실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변화의 염원과 함께 기존의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상에서 힘없는 다수가 힘있는 몇몇을 물리친다는 일은 불가능하다.(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것, 이것은 현실도피적인 것이다.
중요한 장면은 뮤직비디오로 처리한다.
(이 뮤직비디오를 좋아하는사람들은 이거야말로 인도영화의독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하고, 반대론자들은 중요한 전개과정에서 연출실력이 떨어짐을 커버하려는 얕은 수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영화를 진행하다 보면 내용상 중요한 부분, 내지는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때가 있다.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인도의 경우는 이 때 뮤직비디오로 장면이 변환되어 버린다. 우리 입장에서는 갑자기 노래가 나오면서 집단 군무에 가까운 장면으로 인해 김이 빠지게 마련인데, 맛살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이 뮤직비디오이다. 이때 극장안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지게 된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이런 특징이나 관객과 같이 즐기는 분위기로 인해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는 인도영화를‘럭키호러 픽쳐쇼’와 비교를 했는데, 관객과 논다는 의미에서는 비슷할지 모르지만, 이런 인도영화식의 서사와 뮤직비디오가 혼합되는 경우는 인도 전통의 무용극의 전형적인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우리가 ‘춘향뎐’을 만들고 판소리와의 조화가 어쩌구를 이제 외치지만 인도는 이미인도에영화라는 물건이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하고 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다.
인도영화는 대부분 세시간, 영화시간이 길다보니 실질적으로는 두편의 이야기(영화)가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거나, 적어도 쉬는 시간을 기준으로 전반부와 후반부가 내용상으로도 나뉘게 된다. 쉬는 시간은 5분 가량인데, 이때는 모든 인도관객들은 의무적인것 처럼 보일만큼이나 모두들 일어나 화장실을 가거나 땅콩을 사러간다.
이런 특징을 가지는 맛살라무비는 인도내 시장점유율 95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당근 이런 나라는 스크린 쿼터같은게 필요없다.) 반대로 이 95퍼센트라는 지지외에 헐리우드 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4퍼센트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전에 어떤이가 인도에 대해 글을 쓰면서, 미국영화 ‘타이타닉’에 몰린 긴 행렬을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인들의 인도영화 사랑이 과장이다라는 식의 글을 쓴것으로 기억하는데, ‘타이타닉’역시 대도시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붐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맛살라 영화들의 1년 가까이나 되는 롱런에 비교하면 새발의 피일수 밖에 없다. 참고로 말하자면 인도에서 가장 힛트를 친 영화는 ‘쥐라기 공원’인데 대략 320만불 가량을 벌어들였다.
올해에는 또 어떤 영화들이 지고 뜰려나? 그거는 쉬바신밖에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