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 플래닛, 그 거대한 그림자
론리 플래닛 Lonely Planet, '외로운 행성' 이라는 여행자의 고독과 우수를 절묘하게 표현해낸 멋드러진 가이드북.

여행깨나 했다면 한번쯤은 이 책을 들고 다니거나, 적어도 여행지에서 이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 년 전, 여행에 미친 토니 휠러 Tony Wheeler(성도 죽이지 않냐?? 휠러~)와 모린 휠러 Maureen Wheeler 라는 부부가 중고차 한 대를 구입, 영국의 런던을 출발해 호주까지에 이르는 대장정의 여행을 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적은 돈으로 어떻게 유라시아를 횡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쓴 론리 플래닛 최초의 가이드북 라는 책을 펴낸다.

우리나라는 오늘날에도 그렇지만, 이 당시에는 영어권도 제 3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본격적인 가이드북은 없었다고 한다. 결국 싼 여행도 여행이지만, 여행의 눈을 제 3 세계. 즉 중동, 인도, 동남아 등지로 돌린 최초의 책이 론리 플래닛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폴과 태국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집필했다는 전설적인 책 이후 이들은 아예 여행 전문 출판사를 차렸고, 30 년이 지난 지금 14 개 국어, 650 권의 책을 낸 세계 제일의 여행안내서 출판사가 되었다.

특히 매 2 년마다 꾸준히 이루어지는 업데이트, 나라에 따라서는 미국 CIA 조차 참고한다는 정확한 국가 개황은 왜 론리 플래닛이 영어권에서 30 년간 부동의 가이드북의 위치를 고수하며 자랑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책이 한국에 입성했다. 올망졸망한 여행 가이드북이 판치는 한국 가이드북 시장의 거인 론리 플래닛이 한국어 번역으로 공룡처럼 등장해버린 것이다. 두두둥.


물론 론리 플래닛의 한국 진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신발끈 여행사라는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에서 유럽편 Western Europe 과 동남아시아 South East Asia 편이 한글화 되어 나온 적이 있었다. 즉, 정확히 따지자면 이번이 두 번째 한국 시장 진출 시도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가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본격적으로' 라는 말.

론리 플래닛의 본격적인 한글판의 소식을 들었을 때 본 기자, 우선 떠오른 세 글자는 바로 '조때따' 였다. 인도 전문 기자로 딴지 관광청에는 좀 불성실했지만 나름대로 인도바닥에서 인지도를 쌓으며 한글 가이드북 내보겠다고 거의 2 년째 설친 끝에 이제 곧 나오려는 찰나, 사상 최대의 라이벌을 만난 것 아닌가?

하지만 이내 마음을 돌려 먹은 것은, 그들과 내가 라이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차츰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라이벌 이전에 본 기자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론리 플래닛 애독자였던 것이다.

아울러, 한국 가이드북 시장의 비합리성. 즉, 죽어도 되지 않는 업데이트로 인해 10 년 전 정보를 들고 헤매는 한국여행자들, 현지에 가서 조사하기 보다는 대충 여러 나라 가이드북(주로 론리게찌)를 짜집기해서 만든 책들, 아니면 되도 않는 번역으로 수많은 여행객들이 구천을 헤매게 만드는 책들. 기존의 한글 가이드북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던 여행자들 생각에 똥꼬 끝이 저려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한국에서 론리 플래닛 같은 가이드북을 만들 수 없는 현실에서, 이들이 나오는 것이 당장 한글 가이드북 시장은 조땔 수 있으나, 이 불합리한 관행을 일거에 엎을 수 있는 약이 될수도 있다. 아.. 사람의 마음이여.. 이 긍정성이여... ㅡㅡ;

긴장 반(내 직업상), 기대 반(밥도 준다는데 무얼 줄까?)으로 출판 기념회를 갔다. 다른 건 특별히 기억 나는 것이 없다. 여행자들의 대부이자 론리 플래닛의 사장인 토니휠러가 직접 모습을 보였으며, 그는 절정 고수의 모습치고는 약간은 수줍은 듯한 표정의 아주 작은 체구, 곱게 늙은 듯한 주름살을 가진 서양 할배였다는 느낌 외에는.

하여간에 뚜껑은 열렸다.

세계 제일의 가이드북이라는 책이 한글화가 되어 나온 것이다. 그것도 2003 년 1 월 영문으로 발간된 책이 나온 것이니 번역에서 발간까지 채 5 개월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즉 최신 정보라는 얘기다. 고로 이제 독자 니들을 위해 과연 이번 여름 여행을 함에 있어 이 책이 살만한 책인지를 밝혀주는 게 내 도리가 아니겠냐? 아울러, 론리플래닛의 한국 시장진입이 던지는 중요한 의미에 대해서도 한번 썰해야 하는 것이 딴지 기자의 임무 아니겠냐?


비교, 한국가이드북 vs 론리 플래닛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나오는 자리에 정식으로 딴지 기사용으로 하나 주십셔.. 해서 안준다는 유럽책 빼았어 왔다.

그리고 장장 하루 동안의 꼼꼼한 검토 끝에 한글판 론리 플래닛의 장단점이 확연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아래는 이번에 나온 론리 플래닛 유럽 한글판의 리뷰에 해당한다. 맞상대로 같이 까뛰집어줄 책이 하나 필요한데, 마침 본 기자의 책상 위에는 한국 유럽 가이드북의 베스트 셀러라 불리우는 책이 한 권 있어서 이 넘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책 제목은 안밝힌다. 공연히 광고질 해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까봐..)



원래 론리가 강점인 동네는 예나 지금이나 제 3 세계다. 즉, 본 기자의 나와바리인 인도같은 동네는 정부의 관광정책이 전무하다시피해서, 투어리스트 오피스에 가도 변변한 지도 한 장 얻기 힘들거나, 과연 인도인들은 이 지도로 길을 찾을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지도를 겨우 얻을 수 있다. 이런 동네에서는 실측한 론리의 지도는 무척 뛰어난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러므로 만일 론리 플래닛이 6 월 유럽 여행 성수기를 노려 유럽편을 첫빠따로 내세우지 않았다면 비교 자체는 훨씬 더 론리 플래닛의 우세로 끝날 소지가 있었다. 한국도 유럽 가이드 북 만큼은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은 발전을 보이고 있는데다, 론리플래닛의 강세가 방금 썰했듯 유럽쪽이 아니라 제 3 세계쪽이기 때문이다.

우쨌거나, 일단 론리가 유럽을 들고 나왔으니 유럽편 론리 플래닛을 한국의 유럽 가이드북과 비교해보기로 하자.


우 선 론리 제일의 강점인 뛰어난 지도는, 유럽에서는 빛이 바래진다 할 수 있다. 유럽이라는 나라가 하다못해 맥도날드 매장만 가도 지도를 배부할 정도로 지도가 흔한 나라인데다가, 지도의 정확성 또한 매우 뛰어나다. 즉 한국의 유럽 가이드북과 비교했을 때 론리 지도의 장점을 발견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오히려 정확한 지도끼리의 대결에서는 볼거리, 숙소, 식당을 각각 번호로 지도에 표시해서, 번호표시를 보고 지명을 찾아야 하는 론리 보다는 한눈에 지도가 들어오는 한국 가이드북이 더 보기가 쉬운 편이다.


지도에 대해서는 무승부 되겠다.


두 번째 론리의 강점은 앞서 말했듯이 CIA 도 참고한다는 정확한 국가·도시 개황이다. 이 부분은 사실 한국 가이드북이 따라올래야 따라올 수가 없는 부분이다. 이거는 가이드북을 만든 개념부터가 아예 다른 얘기인데, 한국 가이드북은 기본적인 틀이 '세계를 간다' 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일본 가이드북 '지구를 걷는 방법' 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책을 만드는 방식이 일본식 가이드북에서 시작을 했다는 애기다.

쉽게 정리하자면, 요약 정리, 즉 어떤 서술에 있어서 역사적 배경이나, 당시의 시대상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핵심만 딱 집어서 몇 줄로 요약해 버리는 스타일이다. 반면 론리는 런던이라는 도시를 설명한다면 도시 개관에 반쪽, 역사에 반쪽, 그 외의 지역 정보, 이메일 사용법, 환전하는 곳, 여행사, 서점, 아플 때 갈 만한 병원, 심지어 세탁까지 구구절절 모든 것을 문장으로 서술했다.

반면 한국책들은 도시 개황과 역사를 반 페이지 정도에 요약 정리하는 데 그친다. 론리에서 서술로 일관한 지역정보, 이메일 사용법, 환전하는 곳, 여행사, 서점, 아플 때 갈 만한 병원은 가급적 요약 문체로 눈에 확 띄게 되어 있다는 것이 차이다.

즉, 책으로 따진다면 론리 플래닛이 교과서 분위기의 딱딱함과 읽기는 싫지만 막상 읽으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라면, 한국 가이드북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 모르면 안되는 것들을 빼고는 대부분 건너뛰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여간 이런 두 책의 접근 방식의 차이로 인해 어떤 국가나 도시의 개요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함과 분량, 치밀함을 모두 따진다면 한국에서 나오는 책은 상대가 안 된다. 물론 따지는거 무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교통편이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에딘버러로 간다고 할 때 런던 어느 역에서 뭘 타고 가야하고, 몇 시간이 걸리고 돈은 얼마가 드는가? 사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교통망이 사방팔방으로 발달한 유럽에서 어느 구간에서 어느 구간으로 가는 모델을 놓고 두 책을 비교해봐야 할지 난감한 문제였다. 그래서 그냥 론리 플래닛 딱 펴놓고 눈을 감고 책을 좍! 피니 에딘버러가 나왔다. 그래서 에딘버러에 대한 교통편 서술을 비교했다(열라 공정하지 않냐?).

론리 플래닛은 전통적으로 교통편을 도시 정보의 가장 뒷부분에서 다룬다. 한글판의 제목을 '도착 & 출발' 이고 '비행기', '버스', '기차' 라는 제목으로 도시간 이동을 구분했다.

한국 가이드북의 제목은 '어떻게 가면 좋을까' 라는 제목으로 도시 정보의 앞부분에 배치된다. 역시 이용 교통편에 따라 '비행기로 간다', '기차로 간다', '버스로 간다' 라는 제목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

눈에 들어오기는 한국 가이드북이 훨씬 나은 편. 이거는 흑백 편집과 칼라 편집의 차이, 그리고 글자 크기에도 영향이 있는 듯 하다. 론리 플래닛은 글자가 작고 자간이 좁아 막상 현지 현실에 닥치지 않는 한 취미로 읽기는 상당히 어렵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가이드북이 볼거리용으로 나오는 책은 아닌 관계로 정보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게 더 중요하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요금의 경우는 두 책이 모두 가격차가 없고, 현지 주민을 수배해본 결과 정보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론리 플래닛이 대략적인 택시 요금도 같이 명시한 반면, 한국책은 공항버스 Air Link Bus 요금만을 보기 좋은 위치에 따로 편집해 놓았다. 론리 플래닛이 배낭여행에서-고급여행까지가 독자층이라면 한국책은 배낭여행자 중심의 책임을 명시해 놓은 것을 본다면 독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정보의 폭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주로 이용하는 기차에 대한 정보는 서로 비슷한 수준이고, 하고자 하는 얘기도 비슷하다. 어디에서 타야 하고, 얼마인지는 둘다 동일하고, 론리는 몇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해서 서술이 되어 있고, 한국책은 소요 시간이 서술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환불 불가 조건으로 저렴한 기차표를 파는 정보가 보기 좋은 위치에 배치되어 눈에 띄게 해놓은 것은 한국책의 강점, 론리는 아무래도 영어를 하는 나라 사람이 보는 책답게 기차표를 문의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를 책에 명시해 놓았다. 또 해당 도시간 기차가 하루에 몇 편 정도 있는지를 밝혀놓아, 대략적인 감을 잡게 해놓은 것도 장점이다.

교통편에 대한 결론, 론리는 다양한 여행객을 위한 정보량이 상당히 많은 책, 반면 한국가이드북은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 중심의 책이다. 즉 한국책은 아주 고급여행자들이 이용할 만한 내용들은 잘려있다고 보면 된다. 론리는 어떤 여행을 하건 커버할 수 있지만, 입에 떠먹여 주기를 원하는 여행자라면 조금 부담스러울 듯, 꼼꼼히 모두 읽고 생각을 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먹거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문장을 시작하면 너무 식상해서 열받겠지? 근데 그만한 표현도 없다. 먹어야 구경을 하던 말던 하지. 사랑이란 말이 열받을 정도로 흔해도 어쩌겠는가?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처럼...

이거는 도시 비교가 아니라 양쪽 식당을 쭈욱 본 결과에 대한 총평을 하겠다. 식당 숫자에 대해서는 론리가 탁월하다. 그만큼 먹을 데가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음식점 리뷰도 아주 좋다. 직접 가서 먹어본 후에 기술한 느낌이 팍팍 든다.

반면 한국책은 아무래도 유럽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책이라 비싼 식당의 숫자보다는 어떻게 하면 싸게 먹을까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그 실예가 한국책은 동네마다 널려있는 수퍼마켓의 정보에 충실하다. 한국 여행자들이 유럽의 비싼 물가 때문에 빵과 치즈, 우유로 대충 때우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 식당에 대한 정보. 이거는 한국책이니까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인들 입맛이 좀 유별난가?

나중에 번역문제를 언급하면서 다시 강조하겠지만,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내용을 그대로 번역해버린 론리한글판의 치명적 약점은 바로 먹거리 정보에서 나온다.

추천 식당이 대부분 우리 입맛하고는 전혀 다른 곳이라. 식당정보 면에서는 한국의 어떤 가이드북도 론리 플래닛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딩 중심의 배낭 여행자를 대상으로 했을때 해당되는 말이다.
해외 경험 좀 많이 했고 나름대로 식성이 월드와이드된 고급 배낭자라면 론리플래닛이 식도락 여행에는 더 적격이다.


이 제 자는 문제.

역시 정보량은 론리다. 가장 대표적인 동네로 런던을 예로 들자면, 론리는 장장 6 쪽에 걸쳐 숙소를 설명하고 있다. 가격의 폭은 하루에 19 - 255 파운드까지 무척 다양한 편.

한국 가이드북의 경우는 17 - 30 파운드 선의 저렴한 숙소가 2 쪽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각 숙소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정보는 주소, 전화번호, 요금, 이메일주소나 홈페이지(있는 경우)로 동일하다.

앞서 말했듯 론리는 다양한 여행자들을 상대로 하는 책이고, 한국여행책은 배낭여행자 중심이므로 한국 여행책자에 있는 한국인 민박집 정보등은 론리에는 없다.


정리하자.

론리 제일의 장점은 방대한 정보다. 제 3 세계에서는 정확한 지도가 론리의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지도가 좋은 유럽에서는 지도는 어느 책이나 비슷비슷하다는 게 결론이다.

하지만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독자라면, 론리 플래닛은 탁월하다. 적어도 대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고등학교 때 세계사를 끝으로 유럽사와 담을 쌓았다면, 론리 플래닛은 그 이상의 정보를 줄 수 있다.

또 내가 배낭여행을 하건, 출장을 왔던, 돈이 많아 즐기면서 여행을 하건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스스로 여행' 을 한다면 론리는 어떤 식의 여행도 만족시켜 줄 수가 있다. 1,200페이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니가 가고 내가 간 우리 식의 배낭 여행을 특별히 튀지않게 답습할 거라면 최소한 유럽에 관한 한 한국 가이드북을 선택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것은이후 기술할 론리플래닛이 보이는 몇 개의 단점으로 인해 더욱 더 그러하다.



한국에서 론리 플래닛이 왕따 행성이 아니기 위해서는......


영문판 론리플래닛의 단점을 찾기는 어렵다. 물론 단점이야 있겠지만, 한국거든 외국거든여행가이드 북과의 비교를 중심으로 단점을 찾는다면, 딴 책들의 단점을 찾는 편이 훨씬 수월할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한국판 론리플래닛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발견된다.

우선 한글판 론리 플래닛의 경우 100 % 번역이라는 점이다. 한글로 나왔으니 한국인 여행자를 위한 정보가 있겠지..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유일하게 한국인들을 위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은 책 뒷부분에 있는 '한국으로 전화 거는 정보' 와 각 나라별 대사관 정보가 유일하다. 그것도 한국 대사관 정보가 주소와 전화번호, 이메일로 있지,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한국 대사관에 뭔 일 터져서 도움 받는 일은 거의 없을 테지만, 좀 심했다 싶은 대목이다.

한국 식당과 한국인 숙소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도, 초보 여행자들에게는 론리를 선택하기 망설여지는 대목이다(한국인 숙소 욕먹는 건 안다. 그렇지만 가이드 북은 일단 소개는 해주고 그 곳이 어떤 단점이 있는지도 알려주어야 한다)

또 하나 번역은 번역이되 문제가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줄까? 스페인 편의 첫문장이다.

'스페인은 위엄과 광기가 공존하는 나라다. 전설적인 과거의 혼령들이 대지를 활보하고, 사람들은 매일을 천상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광적이고 맹렬한 탐구에 바치는 것만 같다.'

이거 먼말인지 니들 알겠냐? 프랑스 편은 이렇게 문장이 시작된다.

'프랑스에는 잘 손질된 머리를 하고 카페인에 찌든 채 크로와상을 먹어대면서, 틈만 나면 거만한 비웃음을 흘리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대충 때려 맞춰서 해몽을 해주면 된다고 치자. 그런데 실질적인 정보부분에서 직역만을 고집했을 때는 졸지에 정보가 미스테리로 변하는 엽기가 발생한다.

론리의 영국쪽 음식정보에 보면 , 해덕Haddock 이라는 대구과의 생선이 있다고 번역되있다. 영국얘들 잘 먹는 건데, 이런 음식을 설명할 때 '해덕' 이라고 한글 표기한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이걸 누가 아냐? 이 외에도 먹거리 부분은 론리 한글판 제일의 약점이다.

이 외에도 이번에 나온 유럽편은 영문판으로는 서유럽 Western Europe 을 번역한 것이다. 즉, 포괄하고 있는 나라가 유럽을 정말 동서로 뚝 잘라서, 우리는 남부 유럽이나 지중해라고 하는 그리스도 이번 론리 유럽 한글판에 속해 있다.

반면 한국 여행자들의 주 여행 코스인 동유럽 일부, 특히 체코의 프라하 같은 경우는 빠져있다. 즉 한국식 일정으로 여행을 간다면 동유럽과 서유럽 두 권을 준비해 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책이라도 얇아야지?

결론적으로, 첫번째로 걸음마를 내딛은 유럽편 론리플레닛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은 한국시장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 그대로 영문판의 한글번역본이었다는 점이다.

90 년대 초반까지 한국 가이드북을 평정했던 <세계를 간다>가 수 많은 여행자의 원성을 들었던 이유는 정보 업데이트 주기가 늦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본책을 그대로 번역 하면서 고유명사 표기나 문장 자체가 매끄럽지 못해서 이해가 어려웠던 탓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지금 한국판 론리플래닛은 딱 그 짝이다. 아니 적어도 세간다는 한국인들을 위한 정보들이 론리에 비해서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론리에 비해 더 나은 점도 눈에 띈다. 세간다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론리 플래닛을 몹시 좋아하는 본 기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본 기자 역시 놀라고 있다.

바뜨뜨뜨뜨..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리플래닛의 한국 착륙은 한국 가이드북 종사자들에게 여전히 똥꼬긴장을 팽팽하게 조여오는 역할을 한다. 론리가 아무리 번역을 허접하게 했다고 해도, 그 것은 그야말로 첫단추를 급하게 낀 탓일 수도 있고,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한국 가이드북의 현주소가 너무나 멍멍판 5 분 전이기 때문이다.

업데이트도 안시키고, 이 책 저 책 갖다가 책상 위에서 짜집기하는 꼴들을 보면 그거 믿고 여행가는 사람들이 참 측은해 질 지경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론리플래닛 들어온다니깐, 무슨 스크린쿼터제 사수하듯이, 론리 씹고 있는 작자들 보면, 어이구 저거 언제 철드나 그런 생각도 든다.

최소한 론리가 한국 가이드북에게 변증법적인 발전을 끌어내줘야 한다. 론리도 한국 시장 먹으려면 한국판 버젼에 더 신경쓸 일이고, 한국 가이드북도 론리에게 시장을 안 뺐길려면 지금보다 몇 십배는 양질의 땀방울을 흘려줘야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여행자들이 바라는 점이다. 졸라!


딴지관광청 인도에 안 가있는 인도특파원
환타(trimutri@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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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환타fanta